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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전세 현장①]“신혼부부 아니면 세입자 안 받아요” [부동산 현장]

[체험, 전세 현장①]“신혼부부 아니면 세입자 안 받아요”

“월세로 전환할건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얼마전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의 주인으로부터 월세 전환 요구가 있었습니다. 기사에서나 봤던 일이 제게도 현실로 다가오자 무척 당혹스러웠습니다. 전세금을 좀 올려 주더라도 2년 더 살자는 게 원래 계획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세금 인상이 아닌, 월세 요구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새 전셋집을 구하러 퇴근 후 다시 부동산에 출근하는 생활을 몇 주간 계속했습니다.

전세난을 체감한 뒤 집 없는 서민의 설움을 조금이라도 공유해 보기 위해 비록 증권 기사를 쓰는 제가 부동산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전셋집이 워낙 없다 보니 생기는 황당한 사례, 전셋집을 잘 고르는 방법, 공인중개사가 알려주지 않는 진실 등을 세 번에 걸쳐 올릴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세입자 입장에서 글을 쓰다 보니 내용이 객관적이지 못하고 매우 주관적입니다. 감안하고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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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사례 1> 너무 많은 ‘융자’

집을 사는 것과 달리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은 딱 두 가지만 우선 고려하면 됩니다. 일단 집이 마음에 들어야겠고, 전세금으로 맡긴 돈이 온전히 보전 돼야 합니다. 특히 전세금 보전은 두말할 것도 없이 가장 중요하겠죠. 제 집도 아닌데 돈 날릴 위험까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하지만 요즘 전세 물량이 워낙 없다 보니 전세금이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집 주인이 과도한 ‘융자’를 받으면 그렇습니다.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2억원에 매매되는 집이 있습니다. 집주인이 이 집을 5000만원 대출을 끼고 사면 은행은 채권최고액 120%를 적용, 6000만원을 자기들 몫으로 잡아 놓습니다. 집주인이 돈을 못 갚으면 이 집은 법원경매로 팔리고 은행은 원금에 이자, 그리고 부대비용 등을 더해 최고 6000만원까지 가져간다는 얘깁니다.(이런 내용은 등기부등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집의 실질가치는 은행 몫을 뗀 1억4000만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집에 1억4000만원을 주고 전세로 가도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경매로 나오면 시가보다 대부분 싸게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입자 입장에서는 최소한 20%의 디스카운트(할인)를 적용해야 합니다. 2억짜리 집이 시가보다 20% 싼 1억6000만원에 경매로 팔린다면, 은행 몫 6000만원을 뗀 1억원이 보장됩니다. 즉, 세입자 입장에서 1억원 이상을 전세금으로 지불한다면 일부를 떼일 우려도 있다는 얘깁니다. 다시 말해 2억원짜리 집에 5000만원의 대출이 있다면,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금을 아무리 많이 줘도 1억원 이하로 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출은 대출대로 있으면서 이 한도를 지키지 않는 집주인이 너무나 많습니다. 시가 2억원의 아파트를 5000만원 대출받고, 1억2000만원에 세주는 식입니다. 이 경우 세입자는 2000만원의 리스크를 떠안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거래가 요즘 많습니다. 예전에는 부동산에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받으면 대출을 갚게 하거나 혹은, 전세금을 낮춰달라고 요구해서 중개를 하곤 했는데, 요즘은 집주인의 교섭력이 워낙 강해져서 ‘하려면 하고 싫으면 마라’는 식입니다. 이런 집은 아무리 전세난이 심화된다 해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황당한 사례 2>전세에 웬 ‘중도금’

전세 계약에 난데없는 ‘중도금’도 등장합니다. 전세는 매매와 달리 계약할 때 계약금 10%,입주할 때 잔금 90%를 납부하는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는 관습에 따른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간혹 어떤 집주인은 계약 때 10% 주고, 입주 전에 잔금의 일부도 요구합니다.

사실 세입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사항입니다. 돈이 있으면 별 문제가 없습니만, 기존 전셋집을 빼서 새 집에 전세로 가는 경우 중도금 지불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예를 다시 들어 볼까요. 현재 1억원짜리 전셋집에 머물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 세입자가 1억2000만원짜리 새 전셋집을 구했다면 계약 때 10%인 1200만원을 납부하겠죠. 그런데 새 집의 주인이 중도금으로 3000만원을 추가로 요구한다면 세입자는 어디서 그 돈을 마련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1억원을 빼서 줘야 할텐데, 기존 집주인이 미리 줄 리 만무 합니다. “나도 이 집 새로 세놓고, 전세금 받으면 줄게” 이럴게 분명합니다. 결국 꼭 계약을 해야 한다면 중도금 3000만원을 사채로 빌리든,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든 해야 합니다. 참고로 전세자금대출은 입주 날 잔금에 한해 적용됩니다.

#<황당한 사례 3>“신혼부부 아니면 싫어요”

신혼부부는 집주인 입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세입자입니다. 부푼 꿈을 안고 첫 집으로 온 신혼부부는 ‘스스로 알아서’ 집의 가치를 높여 줍니다. 예쁜 벽지로 도배를 하고, 낡은 싱크대에 시트지 등을 붙여 깔끔하게 정리합니다. 하다못해 변기 뚜껑이라도 새로 사다 끼웁니다. 가구나 전자제품도 대부분 새것이어서 웬만큼 낡은 집도 신혼부부가 들어오면 좋아 보이기 마련입니다.

여기에 신혼부부는 날짜를 맞추기도 참 쉽습니다. 원래 살고 있는 집이 없다 보니 입주 날짜 선정에 융통성이 큽니다. (세상 물정 모르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인이 덤터기를 씌우기도 쉽겠죠.)

반면, 애가 많은 집은 딱 질색입니다. 일단 장난감에 유모차에 짐이 많습니다. 애들은 벽지나 장판에 낙서도 많이 합니다. 시설물을 애들이 망가뜨리는 경우도 많죠. 물도 많이 쓰고 보일러도 많이 돌리고, 이래저래 집이 금방 낡습니다. 더구나 애들이 ‘쿵쿵쿵’ 뛰기라도 하면 주민들로부터 민원도 많이 들어옵니다. 살면서 집주인에 이런저런 요구를 할 가능성도 큽니다.

이 때문에 일부 집주인은 전세난이 심화되자 신혼부부만 세입자로 받습니다. 특히 전세 수요가 가장 많은 20평대 역세권 아파트는 이런 경우가 상당합니다.

# 그 밖에 황당한 사례는…

전셋집을 찾으면서 별별 요구조건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어떤 집주인은 방 하나에 짐을 놓고 갈 테니 방 하나는 없는 셈 치고 쓰지 말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20개월 뒤에 본인이 다시 들어와야 하니 계약을 20개월만 하자고도 하더군요. 반전세를 놨던 한 집주인은 달달이 월세 낼 능력이 있는 지 확인한다면서 일단 집이 마음에 들면 가계약금 **만원을 내고, 며칠 후에 이들을 상대로 면접을 보겠다고 했습니다.

또 어떤 부동산 중개인은 당초 말했던 전세금에서 얼마를 더 달라고도 합니다. 계약을 하러 온 사이 다른 부동산에서 이보다 더 받아주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전세금이 순식간에 올랐다는 얘깁니다. 이래저래 전세난에 세입자는 참 서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