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준비 20년이 필요하다

은퇴준비 20년이 필요하다
 

한국인들은 은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엿볼 수 있는 조사보고서가 나왔다 .

최근 하나은행과 한국갤럽이 공동으로 35~49세의 '예비 은퇴자' 1001명과 50세 이상 은퇴자 20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한국인들은 평균적으로 36~37세에 은퇴 준비를 시작해서 20년 동안 은퇴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또 평균 54~55세쯤 은퇴해 이후 18년 동안 노후를 보낸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
은퇴 준비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으로 예비 은퇴자들의 경우 은행 예적금 가입(31.6%), 보험상품 가입(28.4%), 부동산 투자(21.6%), 간접투자상품 가입(8.5%), 자영업(7.3%)순으로 꼽았다 .
은퇴자들은 은행 예적금 가입(38%), 부동산 투자(32%), 자영업(9.5%), 보험상품 가입(9%) 순으로 응답했다 .

특이한 점은 간접투자상품(펀드) 가입 응답률이 상당히 낮다는 것.
최근 우리나라에서 펀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선진국에서 다양한 펀드상품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
은퇴후 평균 생활비로 가장 많이 응답한 액수는 200만원.
예비 은퇴자의 26.5%, 은퇴자의 29.4%가 이같이 대답했다 .
150만원이라는 응답도 각각 28.5%, 29.1%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
특히 예비 은퇴자의 70% 정도가 100만~200만원 정도라고 대답했다 .

반면 300만원 이상 필요하다고 답한 숫자도 예비 은퇴자의 23.0%, 은퇴자의 14.4%에 이르렀다 .
은퇴를 앞둔 사람과 이미 은퇴한 사람의 생할비에 대한 관점의 차이도 나타났다 .
예비 은퇴자들은 현재 가구소득의 57%면 생활비로 적정하다고 예상했다 .

반면 은퇴자들은 은퇴 전 가구소득의 65%는 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
예비 은퇴자들은 은퇴 후 월 1회 이상 외식, 6개월에 한차례 국내여행, 연 1회 해외여행, 공연관람 등 문화생활은 월 1회 이상 정도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섣불리 일반화하기가 힘들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조사 결과를 분석해보자.

36세부터 20년 동안 은퇴준비하고, 은퇴 후 18년동안 살기위해 현재 버는 돈의 60%가 생활비로 필요하다고 단순화한 후 연평균 물가상승률 3.5%, 금리 5%를 가정할때 연봉으로 세후 3,000만원을 버는 사람은 매달 144만원을 모아야 은퇴 이후를 대비할 수 있다 .
'지금 월급이 250만원인데 절반넘게 저축해야한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
만약 시가 3억원짜리 집으로 주택금융공사 역모기지론을 받을 경우 매달 88만원을 받을 수 있다 .

또 노후에 국민연금으로 40만원 안팎을 받게 된다 .
3억원짜리 역모기지론을 받을 경우 개인이 노후 대비를 위해 준비할 돈은 매달 20만원 정도면 충분한 셈이다 .
물론 아주 여유있는 노후를 즐기려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이 돈을 모아야한다 .

또 수명이 늘어 훨씬 오래 살게된다면 준비가 필요하다 .
자식들을 위해 재산을 물려줘야한다는 관념도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막고 있다 .
예비 은퇴자 중 60%는 자녀에게 상속할 뜻이 있으며 상속할 의향이 있는 재산 비중은 65.4%였다 .
은퇴자들중에서는 75%가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하려 했고 상속 비율은 총 재산의 76%였다 .
이번조사에서 예비 은퇴자의 60%는 은퇴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 .
은퇴 준비를 하지 못하는 이유의 50%가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다 .
은퇴준비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바로 자녀교육비다 .
경제적으로 은퇴준비를 하기 힘들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61.9%가 교육비를 포함한 자녀양육비 부담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

하지만 한국인들의 자식 사랑은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다 .
부담이 크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 실제로 자녀교육비를 줄일 의향은 26.6%로 낮게 나타났다 .
자녀 교육 때문에 은퇴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은퇴 이후에도 재산을 물러줘야 한다는 생각에 여유롭게 살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헌신적인 부모들 생각이 설문 결과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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