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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성 이야기

[성경(性敬)시대] 한 번도 못 느껴본 여자


성관계 때 쾌감을 잘 느끼는 운 좋고 복 터진 여자가 있는가 하면, 전혀 못 느끼는 안됐고 불쌍한 여자도 있다. 불감증은 여성 성기능 장애의 대표적인 것으로, 쾌감을 맛본다 해도 불만족스럽거나 혹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오르가슴은 성 반응 단계의 절정이다. 전신 근육의 긴장이 느슨해지며 충혈된 혈관으로부터 혈액이 흘러 성기가 리드미컬하게 수축하는 것을 가리킨다. 어느 광고 카피처럼 ‘그 순간’을 ‘진짜 좋은데’ 그렇지만 ‘딱 이거다’라고 설명하기는 힘들다. 온몸의 피가 한곳으로 몰렸다 마치 봇물 터지듯 전율이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듯한 이상야릇한 느낌, 공중에 깃털처럼 가볍게 붕 떠 구름 사이를 날아가듯, 안락한 깊은 심연을 부유하듯, 그렇게 바닥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구덩이 속으로 끝없이 떨어지는 느낌, 몸과 마음이 혼미해지고 뼈마디가 온통 녹아 흐르는 듯한 느낌. 어쨌든 그 맛을 언어로 다 표현할 수는 없다. 게다가 오르가슴은 누구나 제각각이어서 자기가 느낀 것이 진짜 쾌감인지도 모르고,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했으면서도 그것이 황홀경이라 믿기도 한다.

불감증의 원인은 양쪽에 다 있다. 남편의 전희 없는 일방통행, 조루, 졸렬한 테크닉은 물론이지만 아내의 성적 무관심, 남편에 대한 분노, 임신 공포, 출산, 비만, 도덕적 강박관념, 성 학대 경험, 우울증, 음부의 혈류 감소, 호르몬 감소, 분비물 감소도 주요한 이유다. 음핵이 표피에 과도하게 덮이거나 질 근육이 이완됐거나 G-spot이 미발달됐을 때도 오르가슴을 느끼기 어렵다.

대한산부인과학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부의 50%는 성관계를 하면서 오르가슴을 못 느끼는데 이 가운데 10%는 자위행위를 할 때만, 30%는 성관계를 할 때 별도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해야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 10%는 어떤 방법을 써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단 한 번이라도 꼭 느껴보고 싶어 발버둥치고 손을 뻗쳐봐도 잡히지 않는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신 포도’처럼 불감증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성에 무관심한 척 가장하기도 하지만 속으로는 지지리 복도 없다고 한탄한다.

아내의 불감증은 남편 하기 나름이다. 남편이 전희 없이 데면데면 하는데도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낀다면 그것은 할리우드 액션이고 연극이다. 불감증 아내에게 최고의 의사는 남편이다. 남성이 섹스를 망치는 가장 큰 이유는 삽입할 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려심 있는 남성은 여성의 성기가 축축해지면 준비가 됐다고 돌진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아내의 몸이 달떠서 도저히 못 참겠으니 어서 빨리 들어와 달라고 할 때 들어가야 쉽게 ‘오(르가슴) 선생’을 만날 수 있고, 둘 다 섹스의 쾌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게 잘 안 되니 재미없어 아내는 밤일을 거절하고 남편은 작동법도 모르면서 아내만 불량품 취급하며 삐치기 일쑤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성의 없는 성관계만을 일삼는다면 당연히 남편 책임이 크겠지만, 남편이 콧잔등에 송글송글 땀 맺혀가며 애쓰는데도 불구하고 오르가슴 구경을 못 한다면 아내에게도 책임이 있다. 여성의 성감은 타고난다기보다는 개발되는 게 맞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발달되고 성숙해 간다. 남편의 애무도 중요하지만 아내는 섹스를 즐기려는 생각을 갖고 스스로 성감을 높이려고 애써야 한다. 성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교양 과목이 아니라, 꼭 알아야 할 인생의 필수 과목이다. 자위행위, 케겔운동, 관능집중훈련으로 성감을 높이고, 성감대를 개발하고, 성적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