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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성 이야기

[성경(性敬)시대] 불륜처럼 살아야 하는 중년


남자는 밖으로 내돌리면 안 된다. 언제나 눈에 보이는 곳에서 돈 벌고 아내 손바닥(?)에서 놀게 해야 한다. 아내가 조금만 한눈을 팔면 바깥양반은 바깥 여자랑 딴짓하기 마련이다. 요즘 세상이 미쳤는지 드라마에서나 있음 직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심지어 나랏일 하는 사람들도 국경 없이 바람을 피워댄다.



어느 날 내 남편이 불륜에 빠진 걸 안다면 야트막한 문지방 넘어가다 부딪힌 것처럼 띵할 것이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던데, 처녀 적 싱그러움과 애교, 콧대, 잘빠진 몸매는 사라진 지 오래고, 뒤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서러움만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내 남편만큼은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는 바보 같은 믿음에 발등 찍혀 쓰라림은 더하다. 차라리 유흥업소에서 한두 번 만난 여자라면 차라리 고마우련만(?) 요즘 남자들은 보통 여자들을 더 좋아한다. 한국성의학연구소 조사 결과 기혼남성 중 72.8%가 배우자 이외의 여성과 섹스를 했다는데 그중 유흥업소 종사자가 12.7%밖에 안 됐다.

주로 사오십대 남성들이 흔들리는 건 왜일까? 이 나이대 남성들은 왜 바람을 피우고 싶을까? 남자 나이 40대가 되면 고환에 있는 남성호르몬 분비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면서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감소하고 남성성이 사라져 가는 것과 비례해 발기 기능도 저하된다. 이 속도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술·담배를 많이 할수록 점점 빨라진다. 이렇게 되면 남성들은 어영부영하다 남자 구실도 못 할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성행위에 집착하게 된다. 좋은 시절은 다 갔고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더 늦기 전에 남은 열정을 태워보고 싶어 한다. 그러다 자신을 진짜 남자로 인정해주는 쌈빡한 여성을 만나면 바싹 마른 장작처럼 미친 듯 타오른다.

이럴 때 아내 마음은 어떨까? 예부터 ‘시앗을 보면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 말이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여자가 남편 맘속에 들어왔다는 배신감, 자괴감,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머리는 엉클어질 것이다. 깨져버린 그릇을 붙이기란 쉽지 않겠지만 그냥 묻어두고 산다 하더라도 고름은 삐질삐질 나올 것이다. 이판사판 단순무식으로 막 나갈 것인가, 우아하고 고상하게 목을 비틀 것인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진다. 어디 나 없이 얼마나 잘사나 보자고 오기를 부리며 놓아줄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쿨하게 보낼까, 위자료나 톡톡히 받아 보란 듯이 새 인생을 살까, 섹시한 몸치장으로 남편을 유혹해볼까, 죽도록 사랑했던 첫사랑을 찾아 밀회를 즐길까, 식칼 놓고 너 죽고 나 죽자고 덤벼서 혼꾸멍을 내줄까, 남편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라고 확 죽어버릴까, 남편 직장으로 달려가 창피를 톡톡히 줄까, 나보다 잘난 여우를 찾아가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길까, 생각은 파노라마처럼 휙휙 스쳐간다.

이럴 때 아내는 철저히 남편 편이 돼서 남편이 바람을 피울 수밖에 없도록 밖으로 내몬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한다. 바람을 막을 강력한 방패는 아내의 살가운 관심이다. 딸린 식구 먹여 살리려고 등골 빠지게 일하는 남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남편이 집에 들어왔을 때 외딴섬에 홀로 있다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는지, 말 못 하고 끙끙 앓고 있는 고민은 없는지 보듬어줘야 한다.

오래된 부부일수록 부부처럼 살지 말고 불륜처럼 살자. 숨겨놓은 애인처럼 출근할 때 키스해주고 퇴근하면 안아주고 목욕탕에서 서로 비누칠해주고 발 씻어주고, 가끔 휴대전화로 얼굴을 맞대고 인증샷을 날리기도 하고…그렇게만 산다면 그 어떤 여우가 알짱거린들 끄떡이나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