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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성 이야기

[성경(性敬)시대] 보약이 무서운 남편들


좀산다는 집은 연중행사로 보약을 먹지만, 보통 사람들은 몸이 허해졌다고 느낄 때 한의원을 찾거나 건강식품을 먹는다. 인삼이나 녹용 같은 보약은 먹어두면 좋을 것이고, 또 먹었으니까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먹고 난 후 덜 피로하거나 몸이 가벼워져 아침에 일어나기 수월해지면서 얼굴색이 좋아지면 최고 효과를 본 것이다. 물론 가끔은 효과가 아리송한 경우도 더러 있다.

남편이 기운 없어 보이면 아내는 남편을 잡아끌고 한의원에 가자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남자들이 한의원 가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아내는 혼자 가서 정확한 진단 없이 쓰디쓴 약을 두 박스나 달여 온다. 거금을 들인 이 약을 먹이면 남편의 원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아내는 마냥 흐뭇하다. 아침마다 따뜻하게 데워서 대령하는데, 혹시라도 너무 뜨거워 남편 입천장 홀랑 까질까 봐 새끼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찍어 먹어본 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건넨다.

그리고는 낭군님 입이 쓸까봐 센스 있게 편강 한 쪽을 입속으로 쏙 집어넣어 주며 “여보, 내가 그동안 애들 챙기느라 당신한테 너무 무심했지? 미안해. 그래서 최고 좋은 녹용 넣어 약을 지었으니 기운이 펄펄 날 거야”라고 고해성사까지 한다. 그뿐인가. 출근하는 남편을 따라 나오며 “보약 먹는 중이니 절대로 술 마시지 말라”고 신신당부까지 덧붙이는데 남편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남편들은 아내가 보약을 들이댈 때 울고 싶어진다. ‘아내가 내 몸을 끔찍이 위해주는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아! 내가 요즘 잠자리가 뜸했더니 이런 걸 들이미는구나’라며 부담을 느낀다.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 계속 잘해 달라는 채찍이기도 하지만 시원찮으니 기운 내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주는 보약 앉아서 또박또박 받아먹기도 민망하고 고역이다. 한약은 금방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적어도 1~2주는 참아준다. 보름이 넘어가면서부터 뭐 달라진 것 없는지 남편 얼굴을 핥아 먹을 것처럼 들여다보며 어떠냐고 대놓고 물어보면 정말 난감하다.

인풋(input)이 있으면 아웃풋(output)이 있어야 재미가 있는 법. 기운이 펄펄 난다고 팔굽혀펴기 하면서 기운 자랑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밤일 좀 화끈하게 해보자는 뜻 아닌가. 그런데도 아무 반응 없으면 아내는 이성을 잃고 남편을 냉장고 앞으로 부른다. 냉장고 밑 칸을 발로 툭툭 차면서 “여기 아직 한 박스나 남았으니 당신이 데워 먹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고 심통을 부린다.

보약은 보약일 뿐이다. 기운 나게 하는 것이다. 치료약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정력을 단순히 기운이라고 오해한다. 그래서 많은 아내들이 비싼 보약만 먹이면 그것이 죽었다가도 벌떡 일어날 것이라는 순진무식, 야무진 꿈을 꾼다. 그게 목적이었다면 한의원에 가서 “우뚝 서게 하는 치료약을 달라”고 했어야 맞다. 심장에서 펌프질을 팍팍 해주고 혈관에 피가 콸콸 돌아다니게 할 그런 약을.

정력은 한마디로 피돌기다. 피가 순식간에 해면체로 몰려올 수 있을 만큼 혈관이 건강하고 탄력성이 있어야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발기된다. 정력을 위해서라면 보약을 먹을 게 아니라 피가 잘 돌게 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 맞다.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심장이 강하게 뿜어주면서 혈액 순환이 빨라지고 혈관 탄력성이 증가한다. 또 온몸에 엔돌핀이 돌면서 성욕도 꿈틀거리며 천연 비아그라인 산화질소(NO) 분비가 촉진된다. 남편한테 보약 들이미는 대신 시치미 떼고 같이 운동하자고 하는 게 더 깔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