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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성 이야기

[성경(性敬)시대] 다리 묶고 같이 가는 부부

명절 전후로 스트레스가 심해진다는 명절증후군. 요즘은 며느리뿐 아니라 시어머니에게도 해당되는 용어다. 명절이 되면 심기가 불편해지는 사람은 며느리만이 아니다. 시어머니도 며느리 눈치 보기는 마찬가지다. 괜찮은 시어머니이고 싶어 쿨한 척하려 하지만, 약만 바짝 올라 미친다.

우스갯소리로 아들은 낳을 때는 일촌, 대학 가면 사촌, 군대 갔다 오면 팔촌, 결혼하면 사돈의 팔촌, 아이 낳으면 동포, 이민 가면 국외 동포라고 한다. 잘난 아들은 나라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 아들이고 출가시킨 후에 아들은 큰 도둑, 며느리는 좀도둑, 딸은 예쁜 도둑이며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 둘은 은메달,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다.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며느리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며느리를 딸로 착각하는 여자와 사위를 아들로 착각하는 여자는 미친 여자, 며느리 남편을 아직도 아들로 착각하는 여자는 더 미친 여자란다.

며느리에 대한 짝사랑을 호소하는 시어머니도 적지 않다. 반찬 해 나르면서 기껏 해다 주니 먹기는커녕 곰팡이만 피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며 서운해 울먹이는가 하면 같이 살 맘이 전혀 없는 새끼들한테 병 걸려 눕기 전엔 같이 안 산다고 지레 쐐기 박기도 한다.

아들은 며느리 것이라 여기고 포기해야 이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 그러니 늙으나 젊으나 부부끼리 친해야만 한다. 소싯적 운동회 때 했던 ‘두 사람의 다리 하나씩 함께 묶고 발 맞춰 뛰는’ 시합을 부부가 해야 한다. 50세가 평균수명이던 시절에는 애들은 줄줄이 낳아놓고 둘 중 한 사람이 죽으면 데굴데굴 굴러가며 울부짖고 아쉬워했지만 적어도 60년은 같이 살아야 하는 요즘 부부는 맨정신으로는 마냥 좋을 수 없다. 그렇다고 날이면 날마다 눈 흘기며 잡아먹을 듯이 째려보고 지겨워만 할 수도 없는 노릇. 부부 금슬이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고, 규칙적인 성생활이 결혼생활을 쥐락펴락한다니 밤마다 애써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월은 뱃살과 머리털에만 내려앉는 게 아니라 젊은 시절 그렇게도 자신만만했던 잠자리에도 찾아온다. 횟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피부 감각이 둔해져 아내 손이 조몰락거려도 도무지 동하지 않는다. 발기가 되더라도 예전처럼 탱탱하지도 않고 사정량도 줄어 뿌듯한 느낌도 없으니 서운하다.

몸이 말을 안 듣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음속 훼방꾼이 더 문제다. 나이가 들수록 섹스는 성기가 아닌 뇌로 한다. ‘발기가 안 되면 어떻게 하나’도 그렇지만 ‘만족시키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분비물이 적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서는 게 더 문제다.

섹스는 인간에게 가장 큰 즐거움인데 욕심만큼 안 된다고 ‘내 인생에서 성생활은 끝났다’ 지레 겁먹고 포기하면 되겠나. 이 중차대한 위기를 잘 넘기려면 중이 제 머리 깎아야 한다. 아내에게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 커밍아웃하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엘렌 뒤그레 몬트리올대 교수는 “약물치료를 통해 음경 강직도를 회복시키는 것으로 발기부전 치료가 끝났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성 기능 장애 치료의 목적은 배우자와 함께 만족스러운 성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뭐든 효험을 보려면 아내의 보들보들한 손과 야들야들한 입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저리치는 흐뭇한 사랑을 할 수 있다. 죽을 때까지 현역이어야 자식들에게 연연하지 않고 둘이서도 팔팔하게 잘 살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