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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성 이야기

[부부시대] 부부관계는 ‘입’이 바빠야 좋다


북한이 우리 측에게 무조건 대화하자고 했다. 오해와 불신을 풀고 평화를 논의하자고 했단다. 꼭 하는 짓이 돈도 못 벌면서 반찬 투정하며 큰소리치는 가장 같다.

나라끼리도 대화가 필요하지만 부부간에도 대화가 중요하다. 남성은 하루 평균 1만2500개 단어를 사용하는 반면 여성은 2만5000개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은 직장에서 이미 이 1만2500개 단어를 몽땅 다 소비하고 집에 돌아온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남편이 오면 마술사 입에서 끝없이 술술술술 나오는 종이처럼 말하고 싶어 한다. 여기서 비극이 싹튼다. 피곤한 남편은 소파에 배 깔고 엎드려 열심히 TV 리모컨 기사 노릇 하고 있는데, 대화가 고픈 아내는 비집고 들어갈 틈을 안 주니 서운하기 짝이 없다. 관계지향적인 아내는 조잘조잘 떠들고 싶어 하지만 목표지향적인 남편은 요점만 간단히 하라고 다그치니 노여워 삐치기도 쉽다. 남편이 마지못해 한번 들어주려고 쳐다보면 기껏 한다는 소리가 시댁 흉이나 돈 타령이니 남편도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대화는 한밤중에도 필요하다. 듣기 싫은 잔소리가 아니라 잠자리에 대한 찐한 대화가 간절하다. 중년부부는 뚜렷한 갈등이 없어도 성관계가 뜸해지기 쉬운데, 기본적인 성적 대화조차 나누지 않는 게 일차적인 이유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리면 성 만족도는 당연히 높아질 것인데 그걸 안 하고 남의 다리만 피나게 긁고 있으니 안타깝다. 섹스는 남자가 알아서 해주는 것이라 믿는 여자들은, 그래서 제발 남편이 알아서 잘해주길 바라지만 남편은 신이 아니다.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아느냐고 하지만 꼭 말로 해야 안다. 가만히 있으면 섹스에 젬병인 남편은 자기 식대로 세우고 들어갔다가 바로 빼내고 꿀물 달란다. 섹스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입이 바빠야 섹스가 즐겁다. 그런데 입에 지퍼 채운 바보부부가 많으니 하고 나서도 속은 숯검댕이가 된다. 그뿐인가. 이런 부부에게 섹스는 노동이며 고통이고 눈물의 씨앗이다.

눈 오는 날에는 꼭 하고 싶다든지, 귓구멍에 바람 넣으면 자지러진다든지, 손으로 피아노 치는 것도 좋지만 침 발라주면 더 좋다든지, 여자들도 할 말은 많다. 그러나 왠지 부끄러워서, 기분 나빠할까 봐, 밝히는 여자로 보일까 봐 선뜻 말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아프기만 하고 오르가슴은 구경도 못하는데 좋아하는 척해야 남편이 만족할 것이라는 갸륵한 마음에 억지로 괴성(?)을 지른다. 남편 역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지만 아내가 거절할지도 모르고, 바깥에서 이상한 짓 한 것으로 간주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입을 닫는다.

까만 머리 하나도 안 건드리고 흰머리만 쏙쏙 뽑아내는 족집게처럼 부족한 점만 딱딱 후벼 파면 그 말이 비수가 돼 남편 가슴에 꽂힌다. “요즘 왜 그래? 내 친구 남편은 기본이 1시간이래, 좀 제대로 좀 해 봐.” 그러면 남편은 “당신이 너무 세서 못 느끼는 것뿐이야. 그래 딴 놈하고 잘해봐. 당신은 어떻게 만날 밥 먹고 섹스밖에 생각하는 게 없어? 여자가 그렇게 밝혀도 되는 거야?”라며 되받아친다. 이 정도 되면 밤일은 볼 장 다 본 것이다. 남편은 자신이 문제가 아니라 꼬집는 아내를 멍석말이라도 하고 싶어 한다. 다른 남자와 비교하는 말은 치명적이고, 남자로서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저 비위 살살 맞춰주며 진저리치게 짜릿한 성감대는 목덜미라고 콕 찍어주는 친절한 아내라야 황홀한 콧노래를 부를 수 있다. “그래, 거기! 조금만 부드럽게 해 줘. 그래, 그렇게. 미칠 것 같아. 굉장해.” 이런 칭찬이라면 남편의 몸에 흐르는 모든 피가 몽땅 거시기 동네로 쏠려 쇠막대가 될 것이다. 말을 해,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