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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성 이야기

[부부사이] 보여주고 싶어 안달 난 가슴


연말이면 TV는 온갖 시상식으로 채워진다. 여배우들은 시상식 때마다 어김없이 보여주고 싶어 환장한(?) 여자들처럼 가슴이 다 드러나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유방이 더는 남성의 성적 욕구 대상도, 상업적인 소재도 아니다’라는 주장이 무색할 정도다.

이때 남성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가슴을 훤히 드러낸 여성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일일 것이다. 특히 중년 남자들에게는 모처럼의 보너스를 탄 것처럼 고마울 일이겠지만, 중년 여자라면 그녀들처럼 탱탱하지도 빵빵하지도 못해 쪼그라든 가슴을 보며 민망해할 터다. 그뿐인가. 약 올라 꼴 보기 싫어 미친다. 아닌 척하면서 슬그머니 자기 것을 내려다보노라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처녀 때는 그래도 웬만큼 봐줄 만했었는데 지금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형편없이 쭈그러들어 남편에게 보여줘도 본체만체 찬밥 신세가 돼 버렸으니 서글프다.

여성의 가슴은 남성들에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모성애고, 다른 하나는 성적인 에로티시즘이다. 한복 치맛말기 속에 꽁꽁 싸매진 조신한 가슴이 있는가 하면, 흑백 사진 속 아이를 업고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네 하얀 저고리 밑으로 자연스럽게 덜렁거리며 드러난 자랑스러운 젖가슴도 있다. 그러나 여성의 유방은 수유보다 남성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인 경우가 더 많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인간들은 젖과 유방을 분리했다. 젖이 수유라는 모성애를 뜻한다면, 유방은 여자를 상품화한 단어다. 남성이라면 대부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조그마한 가슴보단 탱탱하고 터질 것 같은 가슴에 환호하니 아스팔트 위의 껌 딱지나 계란 프라이라는 오명을 쓴 빈약한 A컵 여성은 뽕브라에 패드, 심지어 수술까지 불사하면서 D컵에다 골짜기까지 만들 수밖에 없다. 케이블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예외 없이 남녀의 뜨거운 정사 장면과 함께 빼어난 미인의 젖가슴을 구경할 수 있다. 거기에 나오는 언니들은 하나같이 풍만하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왕가슴이다.

유방이 여성의 성적 상징이지만, 사실 풍만한 가슴이 섹스에서 기여할 수 있는 일은 그리 크지 않다.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 손에 꽉 차는 느낌을 통해 안정감을 준다는 정도다. 게다가 유방의 크고 작음은 성적 자극과는 무관하다.

모든 남성이 여자 가슴이 큰 것을 원하는 건 아니고, 모든 여성이 왕가슴을 동경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짝에도 쓸데없이 유방만 커 무식하고 미련해 보일까봐 슬퍼하는 왕가슴 여인도 있다. 작아도 탈이고, 커도 욕먹는 가슴, 여성의 약 62%가 가슴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프랑스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유방 크기를 와인 잔에 딱 들어갈 크기라고 본다. 실제로 프랑스 궁정에서는 귀부인들 사이에서 유방 모양 와인글라스가 크게 유행해 너 나 할 것 없이 자기 유방 모양을 본뜬 잔을 만들어 손님 접대를 하며 즐겼다.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 이슬로 사라진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도 자신의 아름다운 유방 모양을 본떠 백금으로 글라스를 만들었는데 지금도 베르사유 궁전에 진열돼 있다. 안토니오는 그의 연인 클레오파트라 유방을 틀로 해서 만들어진 투구만 한 크기의 금잔을 두 손으로 들고 술 마시길 즐겼다. 찍 늘어지거나 바짝 말라비틀어진 가슴으로 남편을 유혹하기는 턱도 없다. 싱크대 서랍에 굴러다니는 내 사이즈에 딱 맞는 납작한 매실 잔이라도 하나 찾아 남편에게 한잔 권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