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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법규

[부동산 경매]시행사와 분양대행업자의 관계

[부동산 경매]시행사와 분양대행업자의 관계

상가, 아파트 등 집합건물의 분양에는 통상 분양대행업자가 등장한다. 분양대행업자는 시행사(분양회사)와 일정한 분양대행계약을 맺고 분양계약을 유치하는 경우 높은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다소 무리를 하게 된다. 흔히 문제가 되는 것이 ‘프리미엄을 얹어 전매를 해 주겠다’(분양권전매) ‘(상가, 오피스텔의 경우)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 주겠다’(수익률보장)는 등의 약속이다.

그러나 수분양자들이 분양대행업자의 위와 같은 말을 믿고 분양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를 법적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분양이 사실상 종료되고 나면 분양대행업자는 철수하기 때문에 이후 행방을 찾기도 묘연하거니와, 설령 분양대행업자를 찾아 내거나, 분양계약체결 당시 분양대행업자의 위와 같은 약속을 녹취록으로 확보해 두더라도 가령 분양계약서에 명시적인 약정을 기재해 두지 않은 이상 분양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분양대행업자의 약속을 시행사에게 귀속시키기에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양대행업자의 위와 같은 약속 등은 분양대행계약에 의한 대행권 내지 대리권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시행사에게는 그 책임이 부인되는 것이 재판의 주된 실무이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문제로 볼 수 있는 분양대금 교부, 수령의 문제는 어떠할까? 통상 분양계약서에는 ‘계약금, 중도금, 잔금, 연체료 등 분양계약자의 일체의 대금납부는 ○○은행 (계좌번호 생략)(예금주: 시공사 또는 신탁회사)의 예금계좌 입금분만 인정하기로 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시공사 또는 신탁회사가 시행사의 분양대금 등 자금운용을 관리, 감독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가령 위와 같은 분양대금 납입계좌에 대한 조항에도 불구하고 수분양자가 분양대행업자의 말을 믿고 분양대금을 분양대행업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한 경우 위와 같은 분양대금납부는 시행사에게 납부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여 시행사에 대하여 대금납부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또는 대금납부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하여 시행사의 책임(사용자배상책임이다)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인가?

앞에서 본 분양대행업자의 ‘분양권전매’, ‘수익률보장’ 등 약속과 마찬가지 이유로, 그리고 더 나아가서 분양계약서에 명시된 분양대금납입계좌에 대한 규정에 따라 시행사에게는 분양대금의 납입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분양대행업자에게 분양대금을 직접 교부한 사안으로 분쟁이 된 사건에서 제1심 및 항소심은 시행사에게 일체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분양계약에 의하여 분양계약자의 일체의 대금납부는 지정된 예금계좌 입금분만 인정하기로 되어 있어서 분양대행업자에게 분양계약 체결권한 외에 분양대금 수령권한이 없다고 하는 점은 분양계약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명백하다.
② 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 주장(민법 제125조) 역시 시행사가 분양대행업자에게 분양대금 수령권한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함을 표시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③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주장(민법 제126조) 역시 분양대행업자에게 분양계약의 체결에 관한 기본 대리권이 있었다고 인정될 지라도, 수분양자에게 분양대행업자가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인 분양대금을 수령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④ 분양대행업자가 시행사의 피용인임을 전제로 시행사에 대하여 사용자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주장 역시 분양대행업자가 시행사의 피용인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위 ①~③에 대하여는 동일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위 ④의 경우 견해를 달리하여 이를 파기환송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오피스텔 건축 시행사와 분양대행용역계약을 체결하여 분양대행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사실상 시행사의 지휘·감독 아래 시행사의 의사에 따라 분양대행업무를 수행하였다면 민법 제756조(“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에 의한 사용자, 피용자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② 분양대행용역계약에 의하면 분양대행업자가 시행사와 시공사의 업무지침 내지 지시에 따르거나 시행사 및 시공사와 협의하여 분양대행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 시행사가 모델하우스와 분양사무실을 설치하고 그 운영비용을 부담한 점, 시행사의 직원을 분양사무실에 상주하게 하고 시행사의 등기이사가 분양대금 입금표에 직접 자신의 도장을 날인하기도 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분양사업에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시행사가 사실상 분양대행업자의 분양업무를 지배하면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는 것이다.
이렇게 시행사와 분양대행업자 사이에 사용자, 피용자 관계가 인정된다면 수분양자로서는 설령 분양대금 납입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그 손해에 대하여 시행사의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앞에서 본 ‘분양권전매’, ‘수익률보장’ 등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사용자, 피용자관계가 언제나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위 대법원 판결 ②에서 보듯이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며, 나아가 이러한 사정은 수분양자가 증거로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분양대행업자의 분양계약체결 대리권을 벗어난 과도한 약속 또는 분양대금수령 등에 대하여는 이를 시행사에게 분양계약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도, 일정한 경우 사용자책임법리에 의하여 수분양자는 그 손해를 시행사에게 책임지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데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