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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투게더

[섹시토크] 향기로운 여자


나와 춤을 출 때, 귀 밑으로 이어지는 목 뒤쪽에 키스를 할 때, 그리고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온몸을 어루만져 주는 남자에게서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네 몸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 그런 말을 들을 때 이 남자가 나에게 빠져버렸다고 확신할 수 있다. 체취야 말로 본능적인 이끌림이다. 내 몸에서 아무런 향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되지 않는다.

체취에 대해서 칭찬을 받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우쭐한 마음이 들기 충분하다. 섹스보다도 더 나를 짜릿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몸에서 나는 향에 유독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서 그루누이에게 살해당하고 마는 향기로운 여자들. 그녀들 같은 운명이 되고 싶진 않지만 천진하고 탐욕스러운 그루누이처럼 내 향에 매혹되고 마는 누군가가 있어주길 바라게 된다. 내게 말하진 못하더라도 가끔 내 향을 잊지 못해 그리워해주는 사람이 존재하길 바라는 것이다.

가끔 내가 어떤 향수를 쓰는지 궁금해 하는 남자들이 있다. 내게서 나는 향이 좋다며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말한다. 가슴을 풍만하게 보이게 만들어주는 슈퍼 브래지어에 대한 정보는 공유할 수는 있지만 향수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 나에게 어울리는 향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18세기 파리의 귀부인들이 자신들만의 향을 갖기 위해 조향사를 고용한 것처럼 나만의 향수를 만들지는 못한다. 비록 기성 향수를 쓰더라도 내 체취와 그 향이 섞여 유일한 나만의 향이 되는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외출하기 직전 급하게 향수를 뿌리는 게 아니라 일어나자마자 향수를 뿌려 향이 몸에 녹아들게 만든다.

“침대에서는 샤넬 no.5만 걸쳐요.” 잘 때 무엇을 입느냐는 질문에 대한 마릴린 먼로의 대답이다. 어린 시절 풍만한 그녀의 몸매와 매혹적인 향을 상상하며 느꼈던 묘한 흥분이 각인되었다. 그 덕분에 샤넬 no.5는 누가 뿌려도 내게는 마릴린 먼로의 향이 되었다. 그녀처럼 향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가진 게 아니라면 대량생산된 아무나 뿌릴 수 있는 향수의 향을 가진 여자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내 향수는 국가기밀이다.

다만 약간의 힌트를 주자면 많은 여자들이 플로랄 향을 좋아한다지만 나는 머스크 향을 좋아한다. 머스크 향이 가진 깊고 무거운 유혹적인 향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향수를 뿌리는 순간에 나 자신도 향에 취해 살짝 흥분 상태가 되곤 한다. 그만큼 향은 성적인 욕망을 치솟게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덧붙여 나는 섹스를 할 땐 유희를 돋우기 위해 B사의 아기 파우더향이 나는 향수를 남자에게 잔뜩 뿌려주곤 한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까만 방 안에서 파우더향이 나는 남자와 섹스를 하는 건 아기를 안고 있는 것처럼 모성을 자극하는 동시에 무한한 보살핌을 받았던 어린 시절의 향의 기억 때문인지 마음이 편안해져 좀 더 즐거운 섹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