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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시끌 세상살이

[풍수지리]절벽 위의 집, 殺氣 있고 재물 달아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A그룹 O회장이 생전에 살던 살림집이 기가 너무 세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강이 광나루 쪽을 찌를 듯 달려드는 곳이라 전망은 좋지만 절벽 위에 지어진 집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집은 잠시 머물며 경치를 감상하고 휴식하기는 더없이 좋다. 하지만 장기간 머물며 산다면 문제가 많다.

O회장은 그 집에 살면서 건강을 잃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부인 역시 남편을 간호하던 중 원인 모를 이유로 사망했다. 지난 일이지만 주인 없는 빈집을 바라보면 마음이 아프다.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들여 딴 곳으로 이사를 갔다면 좀 더 오래 살았을지 모를 일이다.

집터가 흉해 불운을 겪은 것은 O회장뿐이 아니다. A그룹 창업주인 G회장이 48세로 요절한 배경에도 집터가 흉했다는 얘기가 있다. G회장이 서울 삼청동에 새 집을 마련할 때의 일이다. A그룹과 기술제휴를 맺고 있던 일본 회사로부터 전갈이 왔다. 회사 경영진의 부인이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면 안되니,삼청동 집을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사진을 본 부인은 그 집의 지형이 사납고 풍수가 좋지 않다고 했다. G회장은 자신의 기가 센 만큼 충분히 누를 수 있다며 예정대로 이사했다. 결과는 나쁜 일이 줄줄이 겹치더니 G회장도 생을 짧게 마감했다.

높은 산에서 급히 흘러내리는 계곡물이나 험준한 골짜기에서 큰 소리를 내며 빠르게 흐르는 물은 일시적으로 감상하며 즐기기는 좋다. 큰 절이나 공공기관이 자리해 여러 사람이 머물기는 적당하다. 그러나 살림집을 짓고서 대를 이어 살 곳은 못된다. 기가 너무 세기 때문이다.

또 절벽 꼭대기에 집을 짓거나 깎아지른 협곡의 바닥에 집을 지으면 이 역시 흉가로 변할 게 불보듯 뻔하다. 절벽 위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 집에 머물던 생기조차 흩어지는 터다. 협곡은 바람이 세차게 지나가는 터널과 같은 곳이라 살기(殺氣)를 심하게 받는다. 따라서 절벽 위나 아래,협곡의 토지는 살기에 좋지 못할 뿐 아니라 재물 또한 멀찌감치 달아난다.

물 맑고 산수 좋은 곳에 햇빛이 쏟아지면 누구나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 한다. 세상의 더러움을 한사코 멀리하려는 선비들은 깎아지른 절벽 위나 밝은 달에 노송(老松)이 우거진 계곡,물새가 노는 강가나 호수가 있으면 살림집과는 별도로 정자를 지었다. 중요한 것은 정자는 산수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정서를 함양하는 마음의 쉼터란 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가 즐기는 건물일 뿐 살림집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다음은 한 부동산 관련 잡지에 실린 광고글이다. 'H군 M리에 있는 전원주택을 매매함.앞에는 맑고 넓은 개천이 흐르고 인근에는 칡소폭포,삼봉약수터,오대산이 있는 마을에 있음.대지는 231평이고 건평은 30평이며 건축은 5년 전에 했음.'

깊은 계곡에 있는 토지에 전원주택을 짓는 것도 모자라 폭포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수맥이 터진 샘물까지 근처에 있다는 것이다. 절경에 감탄할 수는 있으나 과연 그곳에 사람이 살 수 있는가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절벽 위와 아래는 바람이 쉼 없이 거센 곳으로 생기가 복과 함께 흩어져버린다. 가난을 면치 못할 터이고 계곡,특히 계곡 입구에 지어진 집은 기압 차가 발생하는 경계점이라 더욱 흉하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제명대로 살기조차 어려우니 아예 범접하지 말아야 할 터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