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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투자칼럼

[종자돈]결혼자금, 강제저축으로 종자돈 만들어라


[[머니위크]행복한 인생설계/ 결혼자금 마련]

Q:

지난해 취업 고시를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박지준(가명ㆍ28) 씨는 새해를 맞아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이른바 '결혼을 위한 종자돈 마련하기 프로젝트'다.

아직 구체적인 결혼 상대를 만난 것은 아니지만 3~5년 내에는 결혼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입사 첫 해에는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친구들에게 한 턱 내고, 부모님 용돈도 드리는 등 기분을 내느라 본격적으로 돈을 모으지 못했지만, 새해에는 결혼자금 마련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과연 결혼비용은 얼마나 모아야 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A:

연애가 이상이라면, 결혼은 현실이다. 특히 결혼이란 '인륜지대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대~30대 미혼 직장인 464명을 대상으로 '결혼인식 및 비용'에 관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소 예상하는 결혼비용은 평균 9000만원에 달했다.

"이 정도는 돼야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최소 보유자산에 대한 물음에 대한 결과는 남녀 평균 8901만원으로 집계된 것. 특히 통상적으로 주택 마련의 책임을 지는 남성의 경우 결혼 비용은 크게 올라갔다. 남성은 1억300여만원으로 여성의 결혼비용 5600여만원보다 2배 이상 높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역시 30대(1억273만원)가 생각하는 금액이 20대(5915만원)보다 컸고,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재직자(1억955만원)가 중소기업(7667만원)보다 많았다.

결혼정보회사 좋은만남 선우가 발표한 '2009년 한국의 결혼문화 및 결혼비용'의 조사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우가 2009년 3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신혼부부 380쌍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결혼 지출 비용은 평균 1억7542만원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이는 선우가 10년 전인 2000년 결혼비용을 조사했을 때의 평균인 8278만원보다 2배가 넘게 액수가 껑충 뛰었다는 점이다. 역시 이러한 급격한 상승세에는 주택 가격의 상승이 주원인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결혼 지출 비용 중 무려 72.5%에 해당하는 1억2714만원이 신혼집 마련을 위해 사용됐다. 불과 4년 전인 2005년까지만 해도 신혼집 마련 비용이 8571만원에 불과했지만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맞물려 큰 폭으로 뛰어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랑 측은 주택 마련에 평균 1억1064만원을 투자해 신부 측이 지출한 비용 1650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그럼 1억원 없으면 결혼도 못해?" 경제력이 결혼의 중요한 조건인 현실은 야속하더라도 한숨만 쉴 수는 없는 법. 굳이 독신을 고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것과 동시에 재무설계를 통해 결혼자금 마련에 돌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결혼을 위한 자금마련 계획은 크게 구체적인 결혼 계획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구분해 살펴보면 좋다.

아직 구체적인 결혼계획이 없다면 가상의 결혼시점(최소 3년 이후)을 설정해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때 금융상품은 수익보다 원금이 지켜지는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젊은 나이에 걸맞게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도 좋지만, 금융시장의 변화는 누구도 정확하게 점칠 수 없기 때문에 장래 꼭 필요한 자금은 무조건 예ㆍ적금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환금성이 좋은 상품으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모와 충분한 상의도 전제돼야 한다. 남자 측에서 주택을 마련하는 문화에서 아들을 둔 부모일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준비가 요구된다. 부모가 지원해줄 수 있는 금액이 있다면 이는 투자성향에 따라 안정적인 적금 또는 다소 공격적인 적립식펀드로 수익을 쌓아가는 것이 좋다.

생명보험 가입도 필수다. 아무리 주택자금 마련 등이 급하다고 해도 암과 같은 건강특약을 충분히 가입하는 것이 좋다. 보험료는 매년 3~5% 인상된다. 보험 가입을 미뤄서 경제적인 이득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구나 병원신세를 졌을 경우 보험가입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대책 없이 결혼을 한 뒤 기본적인 보장성보험조차 가입하지 못한다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연금은 빨리 가입할수록 좋지만 결혼을 앞둔 미혼 남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결혼 초기에 주택자금이 부족할 경우 중도해약할 수도 있으므로 본인의 재무상황에 맞춰 가입여부 및 규모 결정해야 한다.

연금에 가입하고 싶다면 납입기간이 짧거나(5년~7년) 중도에 '일시 납입 중지'할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이 시기에 소득공제 연금에 가입하는 것은 가급적이면 피해야 한다. 연소득 3000만원(과세표준 12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소득세 한계세율은 6.6% 정도에 불과해 공제 효과가 미미하다. 더욱이 연금소득세가 5.5%이고, 중도해약할 경우 22%의 일시소득세를 낼 수 있음을 상기한다면 실익이 별로 없다는 점을 고려하자.

결혼이 결정됐다면 배우자가 될 사람과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로가 보유한 자산은 물론 양가 부모의 지원 여부도 고려해 계획을 세운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계획이라면 혼인 증명이 필요하므로 미리 혼인신고하거나 지인에게 단기(2~3개월)로 빌리고 상환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만일 양가 부모의 주택을 담보로 할 수 있다면 이를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좋다. 일반 전세자금 대출보다 저렴한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혼 전후에는 이러한 주택 대출을 상환하면서 강제 저축을 시작하는 것도 종자돈을 만들어가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전세자금으로 준비된 금액이 총 2억원인데 향후 2년간 저축할 수 있는 예상 금액이 5000만원이라면, 2억5000만원짜리 전세를 구하고 2년간 5000만원을 상환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대출 상환이란 당면 과제를 인해 신혼 초에 소비가 커지는 경향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