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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투자칼럼

샴푸 광고가 늘면, 수도요금도 많이 나오나..


'북학의'라는 책을 쓴 장원급제 출신의 박제가라는 실학경제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책을 통해서 민간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우물론'을 펼쳤습니다.


"무릇 재물은 우물과도 같다. 우물의 물은 퍼서 쓸수록 자꾸만 가득 채워지는 것이고, 이용하지 않으면 말라버리는 것이다." 라면서 경제의 발전 동력 중의 하나로 건전한 소비를 주창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물을 퍼낸다는 것은 소비를 의미하는 것이라 해석됩니다.


경기 침체로 인해 뒤따르는 고통에는 민간 소비라는 해법이 당연 메뉴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쓰질 않으니 팔리지 않고, 팔리지 않으니 돈이 들어오질 않고, 돈이 없으니 고용이 줄고, 고용이 줄게되니 쓸 수 없고... 악순환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민간 소비의 촉진과 고용 증대가 해법 중에 해법으로 등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물론'이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좋은 해법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같은 물이지만 최근의 '수도요금의 경제학'으로 견주어 보니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있더군요. 부가 설명을 위해 잠깐 다른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한 때는 국민 1인당 소비량으로 경제 수준을 가늠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습니다. 국민 1인당 소고기 소비량, 국민 1인당 종이 소비량... 하면서.


요즘 우리 국민 1인당 물 소비량을 보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이 확실합니다. 비교하기 쉬운 1999년 자료를 보게되면, 우리나라 물 소비량은 388리터로 일본의 357리터, 영국의 323리터, 그리고 프랑스 281리터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이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 소비량으로만 따지자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도 선진국입니다.


물을 많이 소비하는 것은 아마도 이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에 물이 풍족했고, 잘 씻고 깨끗한 민족이어서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지만, 목욕을 즐기는 일본에 비해서 많이 쓴다는 것은, 혹시 '우물'을 박박 긁어 과소비를 하거나 낭비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을 많이 쓴다는 것은 청결과 위생상태를 설명하고, 미용과도 직결되어 좋은 의미로 연결될 수 있지만, 공짜인 우물물과 달리 수돗물은 공급을 위해 비용이 들어가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고, 수도요금과 수돗물 생산원가를 비교해 보면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지난 2007년의 수도요금 대비 생산원가는 84 : 100이라는 놀라운 수치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수도요금이 물가관리를 위한 정책 가격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올리지 않다보니 원가대비 84%의 헐 값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수돗물의 가격이 수돗물 제조원가보다 싼 것을 소비자가 간파하고, 그야말로 물쓰듯 수돗물을 썼는지도 모릅니다. 수돗물에 따른 손실분은 결국 다른 형태의 세금으로 감당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거기에다 머리에 쓰는 물비누인 샴푸 광고가 거품처럼 철철 넘치고, 최고의 연예인이 광고에 참여하다보니, 서로들 머릿결 미인이 되기 위해 샴푸 소비도 늘어나고 이에 따라 물소비가 덩달아 늘어나니 수도요금도 늘어나는 연결고리가 만들어 집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 처럼, 특히 수돗물은 과소비 해서는 안될 품목이라는 것을 설명드린바 있습니다.


박제가의 '우물론'에서의 '물'은 제대로된 소비를 뜻합니다. 건전한 소비에 나서면 선순환적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이지요. 갑자기 200년전의 '우물론'을 언급하는 것은 경기 회복의 선결 실행도구인 건전한 민간소비의 증대를 기대한다는 의미에서 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샴푸 광고가 늘면, 수도 요금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경제 뒷이야기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