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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투자칼럼

돈 펑펑 쓰거나 무작정 아끼는 아이

돈에 밝다는 건 돈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돈에 밝은 사람이 되려면 지혜롭게 돈을 통제하는 연습을 어릴 적부터 해야 한다. 이런 아이는 부모와 경제적인 갈등을 빚지 않는다. 소비를 참고, 통제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며 브랜드나 캐릭터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평가하지 않는 성인으로 자랄 수 있다. 그에 비해 돈을 밝히는 사람은 끝도 없이 욕망을 자극하는 사회 분위기에 끌려 다닌다. 자신이 소유한 물질에 의해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해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가정에 자녀 경제교육 컨설팅을 간 적이 있다. 엄마는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 딸의 돈 씀씀이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 딸도 용돈에 불만이 많았다. 모녀는 서로 경제적으로 불신했다. 엄마는 둘째 딸은 용돈 주는 날이 돈 떨어지는 날이라며 처음 본 나에게 대놓고 흉을 봤다. 딸아이를 믿고 제대로 돈을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딸은 딸대로 겨우 500원, 1000원 주면서 아껴 쓰라고 잔소리한다고 불평했다. 돈 타낼 때마다 너무 치사하다는 것이다. 엄마는 반면 첫째 딸의 돈 씀씀이에 대해서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었다. 첫째는 한 번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면 절대 나오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두 딸의 돈 씀씀이는 모두 문제가 있다. 경제교육이란 돈을 움켜쥐게 하거나 무조건 아끼기만 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돈을 함부로 쓰는 아이에게 불신의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돈에 대해 더 절실하게 만드는 것도 상당히 위험하다. 무조건 돈을 움켜쥐려는 아이는, 돈을 교환가치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아닌 그저 소유하려고만 하는 탐욕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될 위험이 있다.
 
씀씀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아이는 끝없이 돈을 더 타내야 한다는 갈증과 결핍을 경험하면서 항상 돈에 끌려다니는 탐욕스러운 어른으로 자랄 위험이 있다.

무작정 쓰는 아이, 무작정 모으는 아이 모두 돈의 가치를 모른다. 엄마의 균형잡힌 경제교육이 없다면 아이들은 돈에 대해 위험한 관념과 태도를 갖게 될 수 있다.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온갖 것이 넘치는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는 것은 살아가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밥 먹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 경제교육의 시작은 돈에 대한 구체적인 자기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냥 막연히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거나 돈에 대해 무심해도 될 만큼 아무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로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집착이나 무심 모두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자기 주머니 속 1000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인식하고, 자신에게 가장 즐거운 소비가 무엇인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아이는 나중에 커서 그 돈이 1만원이 됐든 몇 백만원이 됐든 돈의 크기와 상관없이 돈의 용처와 지출 방식에 대해 자기 인식을 가질 것이다.

돈이 얼마가 됐든 어떻게 써야 가장 만족스럽게 사용하는지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은 삶에서 대단히 중요한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