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와글시끌 세상살이

퇴폐가도 달리는 막장 페티시

퇴폐가도 달리는 막장 페티시
위험천만 성관계…“페티시 마니아라면 괜찮아”

이제까지의 ‘페티시’라고 하면 단순히 여자의 스타킹, 하이힐 등에 성적인 집착을 하는 행위를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페티시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른바 ‘프로’의 수준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점점 심층적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심지어 마치 철학적인 담론을 듣고 있는 듯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조류와 함께 일각에서는 ‘막장 페티시’가 유행하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프로 페티시, 그리고 완전히 인격이 상실된 막장 페티시가 우리 시대 페티시의 새로운 경향을 이루고 있다. 도대체 페티시의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채찍질 수준의 페티시는 ‘애들 장난’ 된 지 오래
일본 포르노 영향으로 ‘본디지’ 마니아 생겨나

최근 유행하고 있는 ‘막장페티시’는 보다 과격한 형태의 SM(새디즘-마조히즘)의 형태를 보이는가 하면 상대 여성을 거의 완전한 의미에서 사물이나 동물로 다루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인격적인 모습이 없어진다는 점에서는 분명 ‘막장 페티시’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하다. 특히 이들은 신체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하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위험천만한 행위
“두렵지 않아”

과거 남성이 여성의 엉덩이를 때리는 영화의 한 장면이 언론에 이슈가 된 적도 있었다. 수년전의 일이었지만 그만큼 당시에는 그것마저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제 그 정도는 ‘애들 장난’ 수준이 되어버렸다.
페티시는 사실 상당히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일단 페티시의 성격 자체가 ‘성기결합’을 하는 이외의 것에 성적인 흥분을 하는 만큼, 신체의 일부, 사물 등 매우 다양한 곳에 ‘필’이 꽂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국내에서 가장 많은 ‘진보(?)’를 거듭하는 분야가 있다면 다름 아닌 ‘본디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본디지는 상대 여성을 묶는 것과 그렇게 묶여진 여성에게 특정한 성적 자극을 주는 것으로 성적 쾌감을 얻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간 이러한 본디지 성향은 한국인과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했다.

특히 일본 포르노에서 많이 등장하는 이 모습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거부감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페티시는 모르겠지만 이상하리만치 이 ‘본디지’에 대해서는 ‘변태 중에서 최악의 변태’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본디지에 ‘예술적 소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본디지에 대한 심층적인 의견이 오가고 있다. 다음은 본디지를 하는데 있어서의 결박 패턴에 대한 한 본디지 마니아의 글 중 일부다.

“수 십 가지의 결박 패턴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패턴의 유기적인 흐름이 모델에게 적당한 고통을 줍니다. 중요한건 50여 미터의 로프로 전신 결박을 실시할 시 결박 순서를 제대로 기억해야 역으로 해체가 가능합니다. 보통은 3~4 토막으로 분리해서 사용하면 깔끔하게 모양이 나옵니다. 로프의 경우 싱글사용 시 10mm내외, 듀얼 사용 시 6mm내외를 쓰며 모델의 피부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일론 계열의 연질을 사용합니다. 이 상태에서 딜도를 사용하면 고통과 쾌감을 참지 못하고 소변까지 보게 됩니다. 물론 쾌락의 신음소리는 자갈을 물려야 할 정도입니다.”

이 정도의 식견이라면 본디지에 관한한 상당한 전문적인 식견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이야기들이 오간다는 것은 이제 국내에서도 전문적인 본디지 마니아의 시대가 열렸다고 봐도 될 듯 하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자신들의 지식을 보다 강화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페티시는 한편으로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여성의 목을 졸라 잠시 기절상태를 만들고 그러한 상태에서 상대 여성과의 성관계를 가지려는 무모하고 황당한 시도를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목 졸라 기절시킨 뒤 관계하기도 ‘위험천만 섹스’
‘도그플레이’ ‘피스팅’ 등 변태 성행위 만연 ‘충격’

물론 다수의 경우 이러한 기절 상태는 곧 정상으로 되돌아오기는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산소결핍으로 뇌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고 심지어는 생명에도 지장을 줄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정신적 외상을 입을 경우에는 상당기간 치유되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갈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도그 플레이’도 위험한 경우가 많다. 도그 플레이란 마치 개처럼 여성의 목에 개줄을 묶고 끌고 다니는 행위를 말한다. 때로는 등에 타서 과격하게 몸을 흔들기도 하고, 그 상태에서 성관계를 맺기도 한다. 이 역시 목에 일정한 끈을 묶는다는 점에서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다. 특히 ‘주인과 노예’의 입장에 있는 상태에서 ‘변기를 핥으라’는 등의 주문을 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변기에는 각종 세균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핥으라는 것은 곧 세균을 통째로 몸속으로 집어넣으라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다.

‘피스팅’이라는 장르도 막장 페티시로 분류할 만하다. 남성의 손과 발 등의 신체를 여성의 성기나 항문에 마구잡이로 집어넣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여성에게 극도의 고통을 안겨주고 인체의 비정상적인 변형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극히 주의해야 할 행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버젓이 ‘개인의 취향’이라는 페티시의 이름으로 둔갑해 아무런 죄의식 없이 거리낌 없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피스팅이라는 장르에 ‘꽂혀있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도 처음에는 피스팅을 봤을 때 구역질이 나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는 쾌감이 있었다. 사실 여성의 ‘그곳’은 왠지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부위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그런 곳을 내가 마구잡이로 헤집고 다닐 수 있고 완전히 나의 통제력 하에 둔다고 생각하니 내가 그녀를 완전히 정복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섹스나 그에 준하는 행동을 할 때 꼭 오르가슴 등의 신체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너머에는 더 할 수 없는 정신적인 쾌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그러나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정상적인 여성은 거의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서만 익명의 여성을 만날 수 있다. 쉽지는 않지만 가끔 피스팅에 관심이 있는 여성이 있다. 그럴 경우에는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마니아들은 자신들만의 ‘피스팅 파트너’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나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좀 더 이 장르를 탐구하면서 파트너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여성을 안주의 일부로 사물화하는 페티시도 있다. 일부는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이러한 행위들을 함께 즐기기도 한다. 다음은 한 인터넷 음란 사이트의 자유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모임 공지 글이다.

“우선 주점룸에서 저의 섭(‘노예’를 의미)을 벗겨 놓고 탁자위에 안주와 함께 올려놓을 예정입니다. 참석하시자마자 섭은 탈의를 시키고 메이드로 사용됩니다. 주점에서 충분히 즐긴 후 더 즐기실 분은 MT로 이동해서 도그플이나 수치플 등을 즐길 계획입니다. 간략한 두 분의 소개와 가능일자와 시간 연락처를 쪽지로 부탁드립니다.”

위의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주점에서 여성을 마치 안주처럼 올려놓고 그것을 즐기려고 하고 있다. 그 후에 모텔(MT)로 이동, 해당 여성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는 언사나 행위를 하면서 자신들만의 은밀한 쾌락을 즐기는 것이다.

심지어 인터넷 상에서는 이런 식의 ‘노예’를 교육시켜주겠다고 자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나름대로 오랜 동안의 숙련된 기술로 원하는 여성에 대한 철저한 ‘노예교육’을 시켜준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바로 주인과 노예의 관계는 단순한 상황극이 아니고 또한 윽박지르고 일방적인 명령의 어투만을 사용한다고 해서 진정한 쾌락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노예와 주인의 관계는 어떻게 성립되는 것일까.

“마음에서 우러나는 복종이 정말 중요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주인은 완벽한 상황 콘트롤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때로 노예의 심리적인 면까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개를 다룰 때에도 가끔은 야단을 치고 또 어느 때에는 달래고 어르면서 먹이도 주지 않는가. 하물며 사람을 다루면서 그러한 기본적인 사항도 모른 채 해서는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도 모른 채 주인이 가지는 권력욕에 대한 생각만 가지고 어설프게 주인-노예의 관계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특정한 스킬을 배우지 않게 되면 결국에 남는 것은 허무한 육체적, 심리적인 상처뿐이다. 그런 점에서 주인과 노예의 관계 성립도 엄연한 교육의 대상이고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것임에 틀림없다.”

사회적 병리화 현상
점점 가속화 돼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막장 페티시’를 어떻게 보아야할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 좀 더 심화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점점 더 소외의 격차는 심해지고 그것이 ‘소외된 자’들에게 막다른 탈출구의 필요성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들은 정상적인 사회 시스템에 편입되지 못한 관계로 비정상적인 쾌락 욕구를 가지게 마련이고 그것이 이른바 ‘막장 페티시’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깊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될수록 잘못된 욕망에 노출되고 그것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티시라는 것이 본래 서로간의 합의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단속하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페티시를 추구하는 사람들 스스로 자신의 도덕성과 성적인 관념을 재점검하고 그것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