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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人 칼럼

[직장人]내 인맥의 온도를 올리는 따뜻한 겨울

[직장人]내 인맥의 온도를 올리는 따뜻한 겨울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누군가와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메신저를 하거나 트위터를 하느라 많은 시간을 쓰지만, 정작 내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핑계대지 않고 냉큼 달려와 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 사람의 수에 따라 인생 잘 살았는지 헛살았는지 판가름 난다는 말들도 하지만, 레퍼토리는 많은 것 같아도 히트곡이 없는 가수처럼 의기소침해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직장생활, 사회생활하면서 업무 때문에 만났다 하더라도 좀 더 인간적인 신뢰와 호의를 빚어, 일을 떠나서도 따뜻한 관계를 오래 유지한다면 내 삶 전반이 분명히 풍요로워질 것이다. 사람 사이는 어디서 만났느냐보다 어떤 빛깔의 신뢰관계를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얕은 관계에 발휘되어야 할 능력
컴퓨터 화면 가장 보기 좋은 위치에 있는 인기검색어는 실시간 가장 이슈가 되는 사건이나 인물 등이 오른다. 한 때 ‘신림동 꽃거지’가 검색어에 머무른 적이 있는데, 노숙자처럼 보이는 청년이 몇 달 동안 세수도 안 한 듯한 꾀죄죄하고 후줄근한 모습 속에서도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외모가 돋보여 화제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은 멀쩡해 보이는 청년이 세수도 못하고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떠도는 사연 같은 건 궁금해 하지 않는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멀쩡해 보이는 청년이 저런 몰골로 다닐까? 이렇게 추운 계절에 잠은 어디서 잘까? 무슨 병은 없을까? 저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거나 다른 도움을 주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반응은 별로 없다. 얼굴선이 예술이다, 몸짱일 것 같다, 저 정도 외모면 누가 데려다 모델로 키워도 되겠다는 등 주로 외모 평을 한마디씩 하느라 여념이 없다.

요즘은 타인의 감정, 정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는 또 한 단계 진화한 소통의 도구가 되어 폭발적으로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사람들의 관계는 오히려 점점 얕거나 약하다. 상대를 안다고 해도 피상적이기 쉽고, 나를 드러낸다 해도 겉만 보여준다. 개인, 개성, 자아가 존중되고 홀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니 여럿이 함께 일하며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지능, 공감 지능은 점점 떨어진다. 직장 안팎의 인간관계도 느슨하고 피상적이다. 아는 사람은 많아지고 명함첩은 두툼해서 얼핏 인맥이 풍성해보이지만 거기서 진짜 진실하고 따뜻한 관계를 찾는다면 실망할지 모른다. 

사람이 수많은 경험은 모두 해보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해보지는 않았고 그 사람 속을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상상해보고 헤아려보는 가운데 상대의 본심을 읽는 것이 공감 능력이다.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지만 그 사람의 본심을 읽어보려고 애쓰는 가운데 그 사람 마음의 한 부분이라도 읽어낼 수 있게 된다. 내내 겉치레뿐인 대화에 이런 공감과 이해는 어느덧 사람 사이에 생기와 온기를 불어넣는다.

# 행동하는 공감이 사람을 이끈다
공감은 머리에서 가슴에로의 긴 여정이다. 이웃의 아픔을 알고 있다는 것과 그 이웃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며 따뜻한 마음을 나눈다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마저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70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보통 사람이라도 어느 정도 자기희생이 동반된다. 공감은 타인에 대한 배려이며 타인에 대한 호의나 친절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꼭 행동을 요구한다. 상처받은 동료에게 찾아가서 위로하며, 걱정이나 실의에 빠진 친구를 격려하고, 좋은 일을 하려는 지인에게 동참한다.

마당발이라고 알려진 사람들은 열이면 열 명 모두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스타일이다. 이런 실천은 적극적인 성향에서 나온다. 자신을 편안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가 하는 건 먼저 상대방을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비즈니스를 생각하면서 하는 인맥 관리는 성공하기 어렵다. 비즈니스는 사람을 충분히 알고 나서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부담을 느낀다면 관계를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상대에게 먼저 주거나 배려를 하면서도 놓치지 않는 것은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다. 부담을 주지 않는 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베풀면서 이득을 바라지 않는 것이다. 바빠 점심식사를 하러 나갈 짬도 없을 때 동료에게 “OO씨, 우린 지금 패스트푸드 식당에 갈 건데 요기할 만한 뭣 좀 사다 줄까?” 하고 한번쯤 묻는 일은 어렵지 않다.

사람을 좋아하면 마음을 가지면 사람을 도울 생각이 저절로 잘 난다. 마당발치고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은 드물다. 마당발은 대부분 서로 다른 모임 간, 또는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잘 연결시켜 준다. 따라서 다방면을 두루 알 수 있는 다양한 모임들을 갖고 있다. 이렇게 속한 모임이 많다 보니 만남도 많다. 출퇴근 시간에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한다. 그 사람이 관심을 가질 만한 화제를 가지고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한층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 일은 가장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가장 실천하기 좋은 인맥 관리의 시작이다.

# 가까운 사이라도 마음으론 계산해야 할 것이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한다. 사람의 관계에도 공짜는 없다. 내가 얻고 싶거든 받을 만큼의 가치 있는 무언가를 해야 얻어진다. 내가 대접받고 싶으면 그 만큼 대접해야 한다. 내가 대충 아무렇게나 해도 상대방이 알아서 잘 해줄 것이라는 착각은 어디까지나 착각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만날 때마다 나를 만나면 항상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하면 한두 번 정도는 좋은 인상 때문에 상대해 줄지는 몰라도 세 번 이상은 손해를 보면서 까지 나를 상대해 주지는 않는다.

원만한 공생이 결국 남들에게서 대접 받는 것이다. 더불어 산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더불어 사는 게 공생이다. 그런데 더불어 살려면 나의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하는 일이라고는 의자에 앉아서 의자 돌리는 재주뿐인 인간을 힘들여 많은 돈 주고 고용할 정신 나간 회사는 없다. 나오기만 하면 행패나 부리고 주책을 부리는 사람을 좋다고 어울리는 모임은 없다. 내가 대접 받고 싶으면 나를 대접해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내가 대접 받고 싶은 만큼의 수준으로 나의 가치를 올려놓은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기보다는 ‘필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능력은 작은 것이라도 필요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한다. 고마운 사람은 잊힐지라도 자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은 절대 놓치지 않는 법이다. 상대방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

고마운 일에는 반드시 피드백을 보내고, 가까운 사이라도 고마운 일에는 반드시 답례를 한다. 한두 번 서운함이 쌓이면 어렵게 만든 인맥을 놓치게 된다. 내 편을 많이 만드는 것이 인맥이 넓어지는 비결이다. 하지만 누구나 좋은 인맥이 되지는 않는다.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좋은 인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성공과 발전에 도움을 주는 관계가 진정한 인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