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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투자칼럼

[재테크]노후 재테크 안전 4계명

[재테크]노후 재테크 안전 4계명

몰라서… 믿어서 속았다

① 항상 현금을 확보해라-이자지급식 예금·즉시연금보험을
② 절세는 필수다-생계형·세금우대종합저축을 ③ 직원을 믿지 마라-모르는 부분은 직접 확인 후 가입을
④ 스스로를 지켜라-노령 투자자 위한 보호 장치 없어

속초에 사는 은퇴 생활자 김모(75)씨는 요즘 가슴이 새까맣게 타서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원금 손실 위험이 전혀 없다'는 은행원 말을 믿고 노후 자금 1억원을 파생상품에 맡겼는데 3년간 원금의 43%를 까먹었기 때문이다.

달랑 5700만원만 손에 쥐게 된 김씨는 "은행에 돈을 맡겼는데 떼인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고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수십년 열심히 일해 어렵게 마련한 목돈인데 이렇게 반토막이 나다니 기가 막힌다"고 울먹였다.

최근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뿔난 고령자들이 늘고 있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데 금융상품 수익률은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은퇴 생활에 적잖은 차질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령자들의 금융 관련 민원은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의 금융분쟁조정 신청 건수 비중은 2006년 1.74%, 2007년 3.86%에서 올 상반기 5.59%로 늘어났다. 노후자금을 현명하게 굴리려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체크포인트 4가지를 소개한다.


◆동맥경화는 피해라

최근 우량한 중소기업들이 흑자 도산한 이유 중 하나는, 원활했던 현금 흐름에 이른바 동맥경화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제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어도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버텨낼 장사가 없다. 고령자들의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강우신 기업은행 PB팀장은 "고령자 재테크의 제1 원칙은 액수에 상관없이 현금이 잘 흘러갈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팀장은 "은퇴 생활자가 지금 갖고 있는 돈 1억원을 2억원으로 불리겠다고 과욕을 부려선 안 된다"며 "일정한 현금 흐름부터 확보한 다음, 2차적으로 돈을 불리는 기능을 부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국민연금처럼, 매달 일정한 현금이 생기는 금융상품으로는 은행의 이자지급식 예금 혹은 보험의 즉시연금보험 등이 있다. 노후자금을 한몫에 넣지 않고 액수를 나눠서 분산 예치해 매달 현금 흐름을 발생시키는 방법도 있다. 가령 1억2000만원이 있다면 이를 1000만원씩 12개로 잘게 쪼개어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에 맡긴 뒤, 매달 만기가 돌아오게 하는 방식이다.


◆세금은 한 푼이라도 막아라

이자소득 의존도가 높은 고령자는 절세 상품을 잘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제 혜택만 잘 활용해도 최종 금리를 1%포인트 높일 수 있어서다. 고령자가 활용하면 좋을 대표적인 절세 상품으로는 생계형저축과 세금우대종합저축이 꼽힌다.

생계형저축은 남성 만 60세, 여성 만 55세 이상인 고령자가 예·적금 등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1인당 3000만원까지 이자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혜택이다. 이자율로만 따지면 약 1%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세금우대종합저축은 고령자 1인당 6000만원까지 이자소득에 대해 15.4%인 이자소득세를 9.5%로, 5.9%포인트 깎아준다. 다만 최근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내년부터는 고령자 기준이 남성·여성 모두 만 60세로 통일된다. 또 세금우대종합저축 한도도 6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조재영 삼성생명 팀장은 "내년부터 고령자의 세금우대 혜택이 일부 축소되기 때문에 여윳돈이 있다면 연내에 세금우대 한도를 꽉 채워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귀 얇으면 당한다

우리나라 개인 금융자산은 지난 3월 말 기준 약 1709조원. 이 중 60세 이상 노인들이 약 400조원을 소유하고 있다(흥국금융연구소 추정). 시간이 흐를수록 노인층 금융자산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층의 지갑이 두둑하다는 점을 노리고, 일부 금융회사 직원들은 그릇된 상술로 유혹하는 경우가 많다.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100만원이나 까먹게 된 주부 노모(65)씨는 "ELS가 뭔지 몰랐고 지금도 잘 모르는데 안정적인 상품이라고 해서 가입했다"며 "바쁜 사람한테 꼬치꼬치 캐묻기도 미안하고 무식한 티를 내는 것 같아서 도장만 찍었는데 이런 결과가 됐다"며 후회했다.

심영철 웰시안닷컴 대표는 "노인들은 금융지식이 부족하고 집요한 권유를 거부하지 못하는 등 젊은층에 비해 취약점이 많은데, 이 점을 악용해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에 대해 올바르게 설명해 주지 않고선 무조건 투자하라고 등 떠미는 경우가 많다"며 "나이가 들수록 돈을 맡길 땐 꼼꼼히 따져보고, 잘 모르면 주위에 물어보는 등 제대로 알고서 가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투자형 상품의 경우, 젊은 사람들은 손해를 봐도 앞으로 살면서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나이든 고령자는 만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도둑맞지 않으려면 스스로 지켜라

'70세 이상은 당일 가입 불가' '76세 이상은 가족 동반 필요' '85세 이상은 원칙적으로 판매 금지'…. 일본 홋카이도은행이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을 판매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연령제한' 규정이다. 대다수 일본 은행들은 70~80세를 기준으로 해서 투자상품 판매 여부를 가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70세 이상 고령자를 보호하기 위해, 작년엔 '고령자 금융피해신고센터'까지 열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고령층을 위한 금융 관련 보호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스스로 돈을 지킬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령층을 위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과잉규제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젊은층에 대한 금융교육도 충분치 못한 상황이어서 고령자 계층에게까지 신경 쓸 겨를이 아직은 없다"고 밝혔다